남편이 쉰지 세달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몇 십년 동안 같은 일을 하면서 지치기도 많이 지쳤습니다. 인간관계의 피로감도 누적되었습니다. 번아웃이 온거지요. 그래서 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때는 나도 일하고 있었고, 퇴직금 등으로 좀 버티다가 몇 달 뒤 다시 취업하면 된다고 생각했지요. 번아웃 증후군 극복하는 방법은 '쉬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습니다.

남편은 첫 달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며칠 쉬지도 않았는데 몇 달은 쉰 것 같다고 했고,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감을 잡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운동도 하라고 권해보고, 자격증 같은 것도 취득할 방법을 알아 보라고 권했습니다.
혼자서 동네 산책도 해보고 전기기능사도 알아보고 책도 빌려오더군요. 그래서 쉬는 시간을 잘 보내나싶었지요.
그런데 얼굴에 점을 빼고 나서, 햇빛을 보면 안된다는 생각에 산책도 멈추더군요.
전기기능사 책은 너무 어렵다고 손 놓고 유튜브로 본다고 합니다. 그런가보다 했지요.
이제는 저도 쉽니다. 일이 없어서 잠시 멈추게 된 것입니다. 남편과 제가 같은 공간에서 계속 머무릅니다. 처음에는 좋았지요. 그런데 조금은 불편함이 있습니다.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을 내는 것도 조심스럽고,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남편 흉도 보고해야하는데 할 수 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나만 친구들 만나러 나가기도 좀 그렇습니다. 남편 친구들은 다 서울에 있으니, 만나러 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동네 친구들이 있어야 하나 봅니다. 저는 그나마 동네에 몇 명의 친구들이 있긴하지만 남편은 회사 사람들 빼고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지요. 그래서 남편 퇴직 후에는 남편들이 부인들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고 하나봅니다.
아직 저희 남편은 그정도는 아니지만요.
어쨌든 지금 남편은 쉬는 이 시간에 완전히 적응된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생산적으로 살지는 않지만, 조금씩 다시 저와 산책을 하고 있고, 유튜브로 이런저런 정보들을 찾아봅니다. 전기기능사 자격증 공부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번아웃 증후군이라고 이름 붙일 정도는 아니어도 누구나 번아웃은 경험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간에 일이 힘들거나 사람들 사이에서 스트레스를 겪을 수도 있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할 때도 그런 것 같습니다.
사는게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긍정성은 전혀 느껴지지 않으면서 내가 왜 이러고 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밤에 잠을 제대로 못자는 불면증이가 식욕 저하되는 등의 신체적인 기능까지 마비시키게 됩니다.
예전에는 '달려랴 달려!' 라는 식의 앞만 보고 가는 시기였다면, 지금은 '워,워'하면서 나를 돌아보며 천천히 가는 삶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갈 때만 해도 4당5락(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 이라는 말이 유행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가는 삶에 회의적인 경우가 많지요. 오히려 젊은 세대들은 '나 하고싶은 대로 산다' 고 하면서 시골가서 살기도 하고, 아르바이트만 해서 먹고 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살면 되냐, 제대로 된 직장을 다녀야지." 라고 하지만 어차피 직장이 내 인생을 책임져 줄 것도 아니고 한 번 사는 내 인생, 나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아도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마음먹기까지가 힘들지만 말입니다.
번아웃 증후군 겪어가면서 다니기 싫은 직장 꾸역꾸역 다니는 대신, 소박하게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 해가면서 작게나마 나만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면 좋겠습니다.
지금 나를 행복하게 하는 작은 것들은 뭐가 있을까요?



이상 번아웃 증후군 극복 필살기였습니다.